스타베팅 이용후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루마 작성일23-09-06 00:45 조회1,356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아리아드가 부유 전함에 탄 채, 고개를 살짝 올리고 잘난 척하며 전장을 내려다보았다.
옆에는 어느새 친해졌는지 대지의 정령 레아가 달라붙어 조잘거렸다.
“우웅, 그렇게 해서 마왕님이 여왕님을 구출한 거예요?”
“응, 그래. 마왕님께서 무릎 꿇고 앉아 내게 맹세하셨어.”
아리아드가 꾸며내는 이야기는 어린 아인족 아이들에게뿐만 아니라, 어린 정령에게도 잘 통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부유 전함에 탄 아리아드와 대지의 정령.
둘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가와 상관없이 전장의 사기를 끌어 올렸다.
녹색으로 물든 드래곤의 허물로 만든 드레스는 숲 내음을 상상하게 했고 미래를 꿈꾸게 했다.
심리적인 요인이 전부가 아니었다.
아리아드의 축복이 전장의 병사들과 함께했다. 드래곤의 허물로 만든 드레스가 아리아드에게 닿는 병사들의 마음을 신성력으로 치환했다.
그녀의 영역 경계면에서는 끊임없이 마력 산화와 축복이 충돌하며 밀었다가 밀리기를 반복했지만, 아리아드의 몸에는 악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대지의 정령이 완전히 장악하고 대지와 이어져, 땅을 가르며 항해하는 부유 전함은 아리아드에게 뿌리 깊은 나무와 같은 안정감을 주었다.
‘축복과 마력 산화의 충돌.’
나는 이를 유심히 살폈다.
이어 위성 도시 아그드와 아그드 너머에 있을, 세인트 기사단의 본진 몽펠리를 생각했다.
‘내가 파악하지 못한 세인트 기사단의 권능이 있다. 이를 축복의 충돌로 감지할 수 있어. 미세한 반응이라도 나의 인지력이면 가능해. 아리아드가 영역을 축복으로 뒤덮지 못한다고 해도 인지할 수 있어.’
포로로 확보한 적 병사들과 전향한 주민들에게 정보를 얻었다.
적 사제는 갤리온을 처음부터 끌고 온 것이 아니라 도중에 등장시켰다.
‘드래곤의 허물을 지키던 가디언도 숨기는 권능이 있었지.’
비슷한 권능이 세인트 기사단에게 있다고 봐야 했다.
‘그보다 뛰어나다고 해도.’
예측한 이상, 인지할 수 있다.
***
“훈련을 기억해. 흘린 땀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
투르베가 병사들을 다독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상황과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집단을 리딩하기보다 개인적인 이득을 추구하던 투르베도 병사들을 이끄는 데 집중했다.
이번 전투의 결과가 그의 삶이 결정할 테니, 당연한 대응이었다.
“중간 지휘관과 하급 지휘관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입니다. 십인대 단위로 운용할 수 있는 만큼, 포격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겁니다.”
“모두가 열심히 노력한 덕분이다.”
가름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치하했다.
위성 도시 아그드에도 방벽이 있고 포대가 있다.
밀집한 보병은 대포의 좋은 먹이가 될 것이다. 세인트 기사단의 본진 병력은 작렬탄을 쓰는 만큼 산개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노력해 육성한 하급 지휘관은 산개할 때 일어나는 전력 감소와 화력 분산을 줄여줄 것이다.
아군 병사들의 긴장만큼 적 병사들의 긴장이 느껴졌다.
도시 아그드의 방벽 위로 선 병사들의 시선은 아군의 부유 전함, 그중에서도 함포에 닿았다.
아그드의 방벽은 애초에 포격을 견디는 구조가 아니었다.
거기에 신성력에 의한 강화도 본진인 몽펠리 성벽에 못 미쳤다. 부유 전함의 함포 사격이 시작되면 그대로 부서질 것이다.
아리아드가 대지의 정령 레아와 놀기를 멈추고 적진을 노려보았다.
라미아가 미간을 찌푸렸다. 다이나와 피리샤가 골렘 아머를 입은 채로 어깨를 천천히 움직여 몸을 풀었다.
가름슈가 신호병에게 지시를 내려, 갤리온에게 언제든 회피할 수 있도록 집중하라고 전했다.
“왔군.”
***
원래부터 존재했던 것처럼, 처음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던 것처럼 인간이 아닌 것이 모두를 둘러보았다.
펄럭이지 않는 여섯 개의 날개는 이질적이었다.
그저 영력을 증명하기 위해 존재하는 듯한 날개를 가진 채, 아그드의 방벽 위에서 입을 열었다.
“그대들인가요? 운명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이. 불쌍한 당신. 그대를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영압이 느껴졌다.
거리를 두고도 귓가에 속삭이듯이 의지를 밀어 넣는 기사단장에 아군이 움츠러들었다.
나는 멸절자의 대검을 슬쩍 흔들었다.
기사단장이 일으킨 정신 공격을 깨트렸다.
“너를 꼭 기사단장이라고 불러야 하나? 교주, 아니면 차라리 성녀라고 부르는 것이 나을 것 같은데.”
나는 마력을 움직여 공기를 진동시켰다.
“웅, 저거 인형이라고 불러버려요.”
기사단장의 정신 공격을 가볍게 버텨낸 아리아드가, 놀이터에서 싸운 친구를 혼내달라는 아이처럼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인형이라 그것도 괜찮군.”
아이이면서도 어른이고, 나무이면서도 정령인 아리아드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놀면서 내뱉곤 하는 말에는 본연이 담기곤 했다.
“천사처럼 생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인형이라.”
갤리온을 습격했던 천사들을 떠올렸다. 인간과 동물 조각을 합쳐 천사를 흉내 냈던 키메라.
“아닌가. 너 역시 장난감인가.”
“어차피.”
차분한 음성이지만, 분노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분 앞에서는 모두가 인형입니다. 버려질 장난감이자 무너져내려 잔해가 되어버릴 것들입니다.”
“그건 너희들의 이야기지. 어차피 죽을 거라면, 귀찮게 하지 말고 그냥 당장 죽지 그래? 나는 나를 따르는 이들과 함께 오래오래 즐겁게 살 테니까.”
나 역시 퉁명하게 말했지만,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내가 게임을 하다가 장난감 취급으로 받으며 마왕성이 있는 세계로 넘어온 것이 떠올랐다.
게임상의 마왕성과 내가 가진 인벤토리, 그리고 인벤토리에 가득 담긴 아이템을 구현하기 위해 검은 미녀의 신성이 빨려 들어가지 않았다면, 나 역시 장난감이 되어 놀려지다가 버려졌을지도 몰랐다.
“놀이인가. 그래, 신들의 놀이. 하지만, 아무리 신들의 놀이라도, 놀이가 끝난 모래성은 무너지는 법이지.”
“신의 행사를 추측하지 마세요. 그저 무너져 내릴 우리는 그에 따를 뿐입니다.”
“그렇군. 너 역시 의심하는 거군. 신에 대해.”
“부질없는 짓입니다. 무너지고 나면 원본이든 복제든 한낱 잔해가 될 뿐입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성녀처럼 보이는 기사단장은, 성녀 기사단장은 일부러 내게 알렸다.
‘원본’과 ‘복제’. 그녀는 품고 있던 의문을 내게 전했다.
“집착하는군. 자신이 인형이라고 생각하기에 원본인지 복제인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건가?”
나는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지만, 나에게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야. 나와 함께하는 이들과 내가 중요할 뿐.”
멸절자의 대검을 들어 올렸다.
“여기서 무너져내리는 신을 따르는 너를 멈춘다. 이곳이 신들이 장난으로 만든 공간이든 말든 무슨 상관있을까? 네가 믿는 신이 그저 놀이가 끝난 방을 치우는 청소부에 불과하든 말든 뭐가 중요할까.”
대검 끝으로 성녀 기사단장을 가리켰다.
“이곳을 가진다. 가진다면 지켜낸다. 지켜내며 함께한 결과로 더욱 강해진다.”
마치 성녀 기사단장의 잡념을 자르는 것처럼 대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아리아드 축복을. 전력으로 축복을 전개해.”
“응, 알았어. 나도 준영이랑 함께할 거야.”
나는 나의 본명을 부르는 아리아드에 미소 지었다.
아리아드의 충만한 감정이 충만한 축복으로 이어졌다. 다짐은 귀여웠지만, 전개되는 힘은 노도와 같았다.
한 단계 더 높은 축복이 아리아드의 몸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물결처럼 퍼져나갔다.
가까운 곳은 물론, 마력 산화와 밀고 밀리던 경계에 순간적으로 축복이 밀어닥쳤다.
아군을 괴롭히던 마력 산화가 축복에 포위되었다. 포위되며 바스러지며 마지막 저항을 불태웠다.
땅을 박찼다.
달려 나갔다.
“블링크.”
속도를 유지한 채, 아리아드에게 흙을 공양하고 보상으로 받은 순간이동을 썼다.
첫 번째 순간이동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 달렸다.
검과 검을 부딪쳐 만든 불꽃으로 동굴을 더듬듯이, 아리아드의 축복과 마력 산화의 충돌을 이용해 수색한 결과를 직시했다.
그리고 다시 순간이동을 시도했다.
“여기다.”
순간이동을 시도하며 확신했다.
너머의 공간이 순간이동을 거부했다. 공간의 소유권을 빌려주기를 거부하고 아리아드가 내게 건네준 권능을 거부했다.
대검에 마력을 집중했다.
전신의 힘을 모았다. 산을 가르듯 공간을 내리그었다.
날카롭고도 무거운 광음이 울려 퍼졌다.
광음은 압축된 금속과 금속의 충돌음과 닮았다. 공간을 숨기던 이력을 찢었다.
숨겨졌던 것이 드러났다.
“저게 무슨….”
“저렇게 큰….”
병사들의 당황이 느껴졌다.
기계도 몬스터도 아니었다.
뼈로 이루어진 머리와 꼬리, 네 개의 다리. 비늘로 덮여있어야 할 표피는 존재하지 않았다.
대지에 묻혀 썩어야 할 것이 썩지 못하고 미련을 품었다.
그뿐이라면 본 드래곤이라고 부를 수 있을 테지만, 드러난 것은 본 드래곤이 아니었다.
심장을 지켜야 할 갈비뼈는 금속 덩어리를 지켰다. 무거운 몸을 지탱해야 할 다리뼈는 금속의 선체를 지탱했다.
“항공모함….”
저절로 거대한 금속 덩어리를 칭하는 명칭이 떠올랐다.
“모함이라니요.”
성녀 기사단장이 나의 말에 반응했다.
“어울리는 이름이 아니에요. 저 뭉쳐진 잔해는 이 세계를 무너트릴 절망이지, 생명을 이끄는 어미가 아니랍니다. 저 배 위에 선 천사들의 어미가 아니에요. 이 절망에게 있어서 천사는 그저 소모품일 뿐이지요. 잔해로 돌아갈 소모품.”
자기 비하를 닮은 미소를 지은 성녀는 천천히 두 손을 들어 올렸다.
그 손길과 함께 장식과 같았던 여섯 장의 날개가 꿈틀거렸다.
“운명을 받아들이세요. 그대 역시, 이곳으로 들어선 순간부터 무너질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다 자란 아이가 다시는 장난감을 찾지 않듯이, 놀이가 끝난 이곳은 닫혀야 합니다.”
“나눔을 모르는군. 귀하게 자랐나 봐.”
“네?”
나는 현실 세계를 떠올리며 가볍게 비웃었다.
용의 뼈를 가진 항공모함에서 천사들이 날아올랐다. 하늘을 가릴 정도로 천사들.
전에 갤리온을 노렸던 천사들은 그저 호수에서 퍼낸 물 한 바가지에 불과했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외부로 보내 제어할 수 있는 수는 그 정도라는 거지.’
“가름슈, 갤리온에게 전해. 천사들을 유인해서 뒤로 빠지라고.”
나는 항공모함이 모습을 드러낸 자리 앞에서 크게 외쳤다.
가름슈에게 나의 외침이 전해졌지만, 적 역시 들었다.
“갤리온의 포격은 간지럽습니다. 한 움큼의 천사만으로도 갤리온은 격침당할 겁니다.”
“그래. 할 수 있으면 해봐.”
어차피 갤리온은 거점 방어 형태의 전투에 어울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천사 일부를 유인해 분석하는 것이 낫다.
‘저 항공모함 위의 천사는 수만 많은 것이 아니야. 이전의 천사와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강하지.’
더 강하게 등장했다면 더 강한 이유가 있다.
이전에 등장했을 때, 약했던 이유가 있다. 그 이유와 정도를 분석하면 스타베팅파악할 수 있다.
“방어는.”
부유 전함뿐이라면 후퇴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이나와 피리샤뿐만 아니라 라미아와 프라로가 함께 했다.
부하를 이끌지 않는 개인플레이라 눈에 띄지 않았던 오크 디릭크와 언제나 뛰어난 활약을 하는 개미 여왕이 부유 전함 옆에 자리 잡았다.
“충분하지.”
나는 검을 쥐고 있지 않은 손을 들어 올렸다.
팔을 펴며 손끝으로 항공모함을 가리켰다.
예열하고 있던 부유 전함의 함포가 불을 뿜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